[지구를 위한 걸음] 요즘 핫한 식재료, 템페를 아시나요?

[지구를 위한 걸음] 요즘 핫한 식재료, 템페를 아시나요?


콩을 발효해 만드는 인도네시아 전통 식재료 템페Tempeh.

순환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하며 건강한 템페를 생산하는 파아프(PaAp) 장홍석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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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건인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템페다. 멀리서 보면 치즈처럼 보이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낯설기 그지 없다. 템페는 오로지 콩과 효모만으로 만드는 고단백 건강 식재료인데다, 한국 청국장과 일본 낫토와 함께 전세계 3대 콩 발효 식품으로 꼽힌다. 무려 1000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먹어온 전통 발효 식품인데, 왜 한국에서 하필 지금 주목을 받았냐고? 이 모든 것은 국내에 제대로 된 템페를 소개한 파아프의 장홍석 대표 덕분이다. 마치 템페계의 문익점 같은 존재랄까.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예술종합대학 무용원을 나와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 그가 템페와 함께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나와서 무용수로 활동하셨다고요.

네 맞아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해외로 공연을 나갈 때마다 미리 검색도 해보고 현지 음식을 최대한 많이 접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요즘은 식료품 수출입이 워낙 활발하다보니 거의 대부분이 제가 아는 범위의 식재료였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식재료를 발견한거죠.


아 그게 바로 템페였군요.

인도네시아 현지인분이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내어주셨는데, 튀김옷을 입힌 어떤 튀김이었어요. 조그만한 고추와 소스를 함께 곁들였는데 정말 맛있는거에요. “어? 뭐지?” 하고 안을 봤는데 콩이 보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콩을 튀겨 먹진 않잖아요.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템페’라고 하더라고요. 콩을 발효한 식품이라는데, 제가 알고 있는 콩 발효 식품은 청국장하고 낫토가 전부였거든요. 시장에 가보니 하얀 벽돌처럼 생긴 덩어리가 바나나 잎에 싸여서 줄줄이 놓여있는거에요. 그 모습이 굉장히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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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파아프 템페의 시작인건가요?

그게 2016년 경인데, 사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템페를 좀 찾아보니 영미권에는 친근한 식재료더라고요. 단백질도 풍부한데다 청국장, 낫토와 함께 세계 3대 콩 발효 식품으로 꼽히고요. 콩 발효 식품군 중에는 전세계 소비량도 가장 많고요. 왜 한국에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하면 굉장히 깊게 파고 드는 성향이라 당시 ‘발효’라는 키워드에 꽂혔던 것 같아요. 책으로 공부도 하고 유투브도 찾아보면서 알음알음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가장 핵심이라고 할 종균도 없었고요.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서 템페를 만드는 해외 업체들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그러다 일본에서 템페 비즈니스를 하는 인도네시아 장인에게 회신이 왔어요. 5개월 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발효 과정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이잖아요.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정말 많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집에 조그맣게 발효실을 만들었는데 발효가 계속 실패 하는거에요. 분명 같은 습도와 온도로 맞췄는데도요. 10분 단위로 상태를 확인하고, 온도도 조절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체크하느라 밖을 못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너무 고생스러워서 일본에 계신 선생님께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냥 웃으시더라고요. 해주셨던 말이 기억이 나요. “발효는 자연이다.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듯 발효도 그렇다. 단지 발효가 잘 될 수있는 공간과 환경을 우리가 제공해줄 뿐이다.” 저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들여다본건데, 그게 균에게 스트레스가 됐던거죠. 균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했어요.


균과의 소통이요?

네, 사람도 새로운 직장이나 환경을 맞닥뜨리게 되면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잖아요. 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으면 쉽게 지치고요. 균도 그랬던거죠. 그래서 한번은 그냥 냅뒀어요. 그랬더니 제대로된 발효 반응이 오더라고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균도 정말 똑같은 생명체구나. 발효라는 매커니즘이 저에게는 우주 세계처럼 다가오더라고요. 균은 인간이 있기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생명체인데다, 우리 몸을 이루는 것도 결국은 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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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행 착오 끝에 브랜드를 론칭하신거네요.

하고 있는 업이 있었기 때문에 2년 정도 고민을 하다가 2018년에 사업자를 내고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어요. 한평생 예술 쪽에 몸담았던 터라 사업에 대한 매커니즘을 알리가 없었죠(웃음). 결국 경영 쪽으로 밝은 지인과 저희 아버지의 손을 잡았어요. 아버지는 생산 쪽을 담당하시고 저는 그 외 마케팅이나 영업쪽을 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태안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 작게 시작을 했는데, 조금씩 넓혀갔어요. 해썹HACCP인증도 받았고요. 지금은 경기도 광주에 제 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해썹 인증 과정과 절차가 꽤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기업이나 대형 유통사의 입점 제안을 할때 해썹이 꼭 필요해요. 특히 유통 과정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요. 템페를 멸균하게되면 발효식품으로써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싸움이 굉장히 팽팽했죠. 담당자를 찾아가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결국은 냉동 상태로 유통을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어요. 잠시 균을 잠재워 놓는 방향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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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 위치한 파아프랩


템페 생산 과정이 궁금해요.

템페를 발효하는 과정은 되게 단순해요. 균과의 소통이 어려울 뿐이죠(웃음). 템페는 크게 1차 발효를 하는 곳과 2차 발효까지 하는 곳으로 나뉘어요. 2차 발효까지 하게 되면 더 맛있고 건강하지만, 하루의 시간이 더 소요돼서 대량 생산을 하는 곳은 대다수 1차 발효에서 끝을 내죠. 콩과 균이 반응하기 위해서 산도를 조절해야하는데, 1차 발효에서 끝내기 위해서는 식초를 넣어야해요. 저는 정통 방식을 고수하고 싶었어요. 식초를 넣는 대신 2차 발효를 선택한거죠. 삶은 콩을 발효액에 넣고 하루가 지나면 콩에서 자연스러운 산미와 끈적끈적한 액체가 나와요. 그 이후 탈피와 탈수를 거쳐 배양한 균을 넣고 포장을 하죠. 그 다음 다시 발효를 시켜요. 패키지 안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는건데, 균이 그 안에서 자라면서 얼기설기 얽히고 템페가 점차 단단해지는 거죠.


국산콩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테스트 할 때 국산콩 말고도 다양한 콩으로 시도를 해봤어요. 미국이나 캐나다, 중국에도 좋은 유기농 콩이 많거든요. 과학적으로 분석한건 아니지만 확실히 국산콩으로 만든 템페가 맛있더라고요. 혹시 국내에 토종 콩 종자가 얼마나 있는지 아세요? 몇 백 종이에요. 사람들이 잘 몰라요. 우리나라는 콩의 역사가 꽤나 깊고, 현재 그 종자 보전을 농부나 박사님같은 개인이 사비로 하고 있다는 실정을요. 국산콩을 사용하다보니 콩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떻게 수확되는지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더 나아가 농부님을 지속적으로 찾아뵙고 농업을 지지하고 돕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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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파아프 템페를 드셨다고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이었어요. 어느날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연락이 온거에요. 인도네시아 대통령 전담 셰프가 대통령과 방한을 했는데 국내에서 템페를 제조하는 회사를 찾고있다고요. 그래서 좀 지원을 해드렸죠.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인사 치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셰프가 저희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때 좀 확신을 했죠. 아 국산콩이 정말 괜찮구나.


설명을 보면 두부의 맛, 치즈의 풍미, 고기의 식감이라고 써있어요. 아직 템페를 접해본 사람이 많지 않은데,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템페의 맛을 설명해달라고 할때가 가장 어려워요.템페가 어떤 양념이나 간이 되어있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먹었을 때 ‘와 맛있다!’라는 말이 즉각적으로 나오진 않아요. 흔히 생각하는 발효취나 진득한 질감이 없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어떤 소스, 어떤 조리 방법이냐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아요. 그만큼 호불호도 분명하고요. 템페를 먹기 좋게 썰어서 올리브유, 소금, 후추, 파프리카 파우더, 레몬즙에 버무리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보세요. 샌드위치나 샐러드 토핑으로 활용하기 좋아요. 고기 대신 상추쌈으로 즐기거나 스프링롤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간장소스를 더해 볶으면 밥 반찬처럼 즐길 수도 있어요. 활용 방법이 워낙 무궁무진해서 저희 첫 캐치 프레이즈가 ‘당신의 요리에 템페를 더하세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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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보호나 신념적으로 채식 열풍이 불었는데, 템페도 그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 같아요. 혹 피부로 느낀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템페를 비건이나 채식 같은 카테고리 식재료로 보지 않았어요. 단지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이라고만 생각을 했었죠. 지속적으로 판매를 하다 보니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구매를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채식 식재료라고 불려지게 된 것 같아요. 저는 템페가 그렇게 한정되어 구분지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아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 발효 식품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파아프라는 이름도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PART all ALL part’의 준말이라고요.

이름에는 저희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바가 담겨있어요. 부분이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전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부분이 되잖아요. 소모가 아닌, 지속적인 순환을 추구해요. 또 넓은 시선과 윤리적인 태도로 발효를 바라보고 싶고요. 성수동에 파아프랩을 연 것도 그러한 맥락이에요. 발효를 식문화 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보여주고 싶거든요. 발효와 관련된 여러가지 워크숍이나 포럼 같은 문화적인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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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출처 : 현대리바트 매거진 'Hi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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